ORIGINAL · 제로 시리즈
제로 맥주는 어디까지 왔나 — 식당 냉장고에 들어간 「0.00」
하이트제로 첫해 600만캔에서 2022년 2,700만캔…10년이 걸린 4.5배(제조사 발표) / 2024년 5월 시행령 개정으로 식당 문이 열렸다…오비 논알코올 입점 식당 1만2,000곳에서 6만4,000곳으로 / 시장 700억(2024년, 업계)·전체 맥주의 2%…「1위」는 집계 기준에 따라 둘

고깃집 냉장고 맨 아래 칸, 카스 병 옆에 「0.00」이라 적힌 병이 서 있다. 2024년 5월 말까지 이 자리는 법적으로 비어 있어야 했다. 종합주류도매업자는 알코올 1% 이상만 실을 수 있었다. 무알코올 맥주는 음료라서 술 트럭에 못 탔다. 시행령이 바뀐 뒤 오비맥주 논알코올 제품이 들어간 식당은 2024년 6월 1만2,000곳에서 2026년 5월 약 6만4,000곳이 됐다(오비맥주 집계, 굿모닝경제 2026년 6월). 2년 새 다섯 배다. 회식 자리에서 「저는 이걸로」라고 말할 수 있는 병이 생겼다. 병에는 작은 글씨로 「성인용」이 적혀 있다. 술이 아닌데 왜 성인용인가 — 이 편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술이 아닌데 성인용 — 0.0과 0.00, 그리고 법
주세법은 알코올 1% 이상을 술로 본다. 그 아래는 탄산음료·혼합음료다. 그래서 무알코올 맥주는 법적으로 「맥주」가 아니라 「맥주맛 음료」다. 이 편의 제목에 쓴 「제로 맥주」도 법률에는 없는, 매대에서 굳은 말이다. 하이트제로를 만드는 곳부터 하이트진로가 아닌 음료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다. 그런데 식약처 「식품등의 표시기준」은 주류가 아닌 식품에 「무알코올」을 쓰면 성인용임을 같은 크기 글씨로, 「비알코올」을 쓰면 성인용 표시와 함께 「에탄올 1% 미만 함유」를 적도록 한다. 2016년 11월 이 규정을 입법예고하며 식약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음주습관이 조기에 형성되지 않도록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푸드투데이, 2016년 11월). 맛과 모양이 술이면 술처럼 다룬다.
업계 관행상 「0.0」은 발효한 뒤 알코올을 분리해 소량이 남는 비알코올, 「0.00」은 처음부터 알코올을 만들지 않는 무알코올이다. 카스 0.0은 알코올 0.05% 미만(비즈워치, 2025년 8월), 하이네켄 0.0은 0.03% 미만, 클라우드 논알콜릭은 0.3% 이하(헤럴드경제, 2026년 8월), 하이트 논알콜릭은 0.7%다. 이 숫자들은 「없음」이 아니라 「있음」이다. 반대로 하이트제로 0.00과 테라 제로는 0.00%다. 표기는 한 자리 차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57.2%(1,144명)는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의 차이를, 83.0%(1,660명)는 「0.0」과 「0.00」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2024년 5월).
열량도 갈린다. 시판 6종의 영양표시를 100mL로 환산하면 하이트제로 3.94kcal,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8.57kcal, 칭따오 논알콜릭 19.7kcal, 하이네켄 0.0 21kcal, 카스 0.0 26.7kcal였다(소셜타임스, 2025년 6월). 「제로 맥주」끼리도 7배 차이다. 알코올을 뺀 방식이 다르고 당류를 뺐는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앞 편에서 본 「제로가 무엇의 제로인가」가 여기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하이트제로가 조용했던 10년, 2012~2021
하이트제로 0.00은 2012년 11월 국내 최초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로 나왔다. 첫해 600만캔이 팔렸고 2022년에는 2,700만캔이 됐다(하이트진로음료 발표 기준). 4.5배지만 10년이 걸렸다. 하루로 나누면 첫해 1만6,000캔, 2022년 7만4,000캔이다. 변곡점은 2021년 2월이다. 출시 8년 만에 이름만 남기고 전부 바꾼 리뉴얼에서 하이트진로음료는 350mL 한 캔의 열량을 13.8kcal로 낮춰 「무칼로리」 기준을 맞추고 당류 0, 나트륨 0을 더했다. 알코올·칼로리·당류·나트륨이 전부 제로인 「올프리」였다. 회사 관계자는 「올프리 콘셉트의 하이트제로0.00으로 건강한 음주문화와 건강한 탄산음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하이트진로음료, 2021년 2월 1일).
숫자가 따라왔다.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그해 8월 누적 1억캔을 넘겼다(아시아경제, 2022년 8월). 회사는 「홈술 문화 정착에 따라 가정용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라고 했다. 온라인 판매가 되는 음료라는 점이 코로나 시기에 특히 컸다. 편의점도 움직였다.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CU 459.1%, GS25 795.7%, 세븐일레븐 501.3% 늘었다(아시아경제, 2021년 12월). 10년 조용했던 캔이 두 해 만에 다섯 배, 여덟 배가 됐다.
2024년 5월, 식당 문이 열렸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3월 20일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2024-80호). 종합주류도매업자가 주류제조자가 만드는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함께 취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해 5월 말 시행됐다. 개정 전에는 도매업자가 알코올 1% 이상만 유통할 수 있어 식당·주점 공급 자체가 막혀 있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시장은 열렸는데 여럿이 마시는 자리에는 못 들어가는 구조였다.
문이 열리자 오비맥주가 먼저 들어갔다. 입점 식당 1만2,000곳(2024년 6월)이 6만4,000곳(2026년 5월)이 되는 동안 회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주류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논알콜 맥주 입점 식당 수가 단기간 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이데일리, 2025년 9월). 이어 「외식업장에서 논알코올 제품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반 맥주와 비교해 판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요가 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라고 덧붙였다(굿모닝경제, 2026년 6월). 오비는 가정용(카스 올 제로·이커머스)과 유흥용(카스 0.0 병)을 나누는 「제로 투트랙」으로 갔다. 롯데칠성음료는 2025년 7월 부산 사직야구장에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들였다. 2023년 시점 유튜브 댓글에 「논알콜 파는 식당 많아졌으면」이 반복됐던 것을 떠올리면 수요가 법보다 먼저 있었다.

0.00 경쟁 — 테라 제로와 카스 제로의 2026년
올해는 「0.00」의 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3월 16일 발효를 거치지 않는 비발효 공법으로 알코올·칼로리·당류·감미료 넷을 뺀 「테라 제로」 캔을 냈다(하이트진로음료 뉴스룸). 캔은 100일 만에 누적 400만캔이다. 6월 30일 나온 병 제품(330·500mL)은 10일 만에 90만병, 7월 말 150만병(제조사 발표, 출고·소매 기준 미명시). 회사는 하루 4만캔, 2.2초에 한 캔으로 계산했다. 관계자는 「캔과 병 제품에서 이어진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테라 제로의 성장 가능성과 무알코올 시장의 확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하이트진로음료, 2026년 7월 16일).
오비맥주는 5월 27일 카스 0.0을 전면 개편해 알코올 0.00%를 구현한 「카스 제로」를 발표했다. 서혜연 오비맥주 마케팅 부사장은 「새로워진 카스 제로는 오비맥주만의 독보적인 양조 노하우를 집약해 논알코올 제품에서도 정통 라거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역작」이라고 했다(인사이트코리아, 2026년 5월). 앞서 2025년 8월에는 알코올·당류·칼로리·글루텐 「4無」의 카스 올 제로가 11번가·G마켓에서 먼저 나왔다. 2026년 3월 전국 마트·편의점으로 퍼졌다. 2020년 10월 카스의 자매 브랜드로 태어난 카스 0.0(한국일보, 2023년 2월)이 6년 만에 소수점 한 자리를 더 얻었다. 시장 전체가 「0.0」에서 「0.00」으로 옮겨가고 있다.


「1위」가 둘인 이유 — 집계 기준
하이트진로는 닐슨IQ코리아 개별 브랜드 기준으로 2025년 하이트제로 판매액 약 208억원(잠정, 전년 대비 21.8% 증가), 점유율 36.8%를 든다(한국경제, 2026년 5월). 오비맥주는 마켓링크 제조사 기준으로 2026년 1분기 40.3%(카스 브랜드 36%에 호가든·버드와이저를 더한 것), 5월 누적 43.5%를 든다(한국경제, 2026년 7월). 한쪽은 브랜드 하나, 한쪽은 제조사 전체 — 자가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스 0.0은 기존 맥주 소비의 연장선 느낌이 강했고 하이트제로는 제로 슈거 탄산음료처럼 접근한 차이」라고 봤다(한국경제, 2026년 5월). 먹보고는 1위를 판정하지 않는다. 두 기준을 나란히 놓을 뿐이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누가 마시나
CU 무알코올 맥주 매출 증가율은 2023년 10.3%, 2024년 21.8%, 2025년 13.5%다. 이마트는 2025년 21% 늘었다(아주경제, 2026년 2월). CU 집계로 구매자는 여성 60%, 남성 40%다(BGF리테일, 2026년 7월). 같은 기간 편의점 주류 매출에서 맥주 비중은 GS25 58.8%에서 51.2%, CU 58.9%에서 52.9%로 내려갔다(헤럴드경제, 2026년 2월). 하이볼과 논알코올이 매대를 나눠 가졌다. 뉴엔AI 집계로 2026년 상반기 무·논알코올 주류의 온라인 언급은 14만3,712건이었다. 선택 기준은 맛 48.2%, 건강 20.1%, 칼로리 19.0%, 가격 12.7%였다(MTN, 2026년 7월). 한 직장인은 「예전에는 취하기 위해 마셨다면 지금은 시원한 목 넘김과 분위기만 즐긴다」고 했다(아주경제, 2026년 2월).

맥주 시장의 2% — 그리고 영양표시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9년 약 150억원에서 2021년 400억원대, 2024년 700억원을 넘었다. 내년 1,000억원대 진입이 전망된다(업계 추산, 한국경제 2026년 6월). 유로모니터 기준으로는 2021년 415억, 2023년 644억, 2027년 946억 전망이다(시사위크, 2025년 7월). 두 집계는 범위가 달라 한 그래프에 넣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전체 맥주 시장 약 3조1,000억원의 2% 안팎이다. 2024년까지 연 20%대였던 성장률은 앞으로 10% 안팎으로 전망된다(뉴스웨이, 2026년 8월). 일본은 앞서 갔다. 산토리 「올프리」가 2010년에 나왔다. KOTRA 집계로 일본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2년 818억엔이다.
마지막으로 라벨 이야기 하나. 2019년 12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판매 주류 20개를 조사했을 때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1개뿐이었다. 주류는 영양표시 의무가 없어서였다. 그로부터 7년, 무알코올 맥주는 음료여서 영양표시를 하고 그 표시를 앞세워 판다. 「0.00」과 「13.8kcal」와 「당류 0」이 캔 앞면에 올라온 것은 규제를 피한 결과가 아니라 음료로 분류된 결과다. 오비맥주 관계자의 말대로 「수요가 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다. 그 성장은 라벨을 더 많이 읽는 소비자와 함께 온다.
소비자가 궁금한 것은 맛이 아니다
유튜브에서는 맛 리뷰보다 「0.0 대 0.00」, 「많이 마시면 음주운전이 되나」 같은 정보성 영상의 조회수가 높다(한 종편 뉴스 채널의 관련 영상 123만). 소비자가 알고 싶은 것은 맛보다 「이게 술인가」다. 비교 리뷰 댓글은 브랜드 서열 논쟁이 주류다. 테라 제로 공식 광고는 781만 조회로 이 카테고리에서는 이례적인 노출량을 기록했다. 이 편은 무알코올 맥주를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술이 아니지만 성인용이다. 「0.0」에는 알코올이 있다. 그 두 문장을 읽고 고르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출처 — 법·표시: 주세법(알코올 1% 기준) · 식약처 「식품등의 표시기준」(무알코올·비알코올 성인용 표시) · 식약처 입법예고 설명(푸드투데이 2016-11-04) · 기획재정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법제처, 2024-80호, 2024-03-20). 하이트제로: 하이트진로음료 뉴스룸(2021-02-01 리뉴얼, 2023-01-20 판매 실적, 2026-03-16 테라 제로 출시, 2026-07-02·07-16 판매 실적) · 아시아경제(2022-08-24) · 식품음료신문(2022-11-24). 알코올 함량: 비즈워치(2025-08-20 카스 0.0) · 헤럴드경제(2026-08-14 클라우드 논알콜릭) · 소셜타임스(2025-06-23 6종 열량 비교). 소비자원: 「제로 식품 당류·열량 조사」(2024-05, 아시아경제·식품저널 보도) · 「주류 영양표시 실태」(2019-12-17). 식당 입점·점유율: 굿모닝경제(2026-06-30) · 이데일리(2025-09-08) · 한국경제(2026-05-14, 2026-06-02, 2026-07-16) · 한국일보(2023-02-15 카스 0.0 출시). 카스 제로: 인사이트코리아(2026-05-27) · 오비맥주 뉴스룸(2025-08-14, 2026-05-27). 편의점·소비자: 아시아경제(2021-12-17) · 아주경제(2026-02-20) · 헤럴드경제(2026-02-20) · BGF리테일(2026-07) · MTN(2026-07-25). 시장 규모: 한국경제(2026-06-02, 업계) · 시사위크(2025-07-01, 유로모니터) · 뉴스웨이(2026-08-06) · KOTRA 나고야무역관. 사진: 오비맥주 뉴스룸(ob.co.kr/newsroom id=929) · 하이트진로음료 제공(경향신문 2024-06-03 게재분) · 롯데칠성음료 뉴스룸(detailsKey=1530) · 하이트진로·오비맥주 제공(한국경제 2026-06-02·06-29 게재분) · BGF리테일(bgf.co.kr/bgflive/view/?id=1985) — 제조사·유통사 제공 보도자료 이미지, 원본 그대로 사용. 제조사 발표 판매량은 출고·소매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브랜드 간 비교에 쓰지 않았다. 유튜브 자동 자막에서 얻은 내용은 경향으로만 적고 직접 인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