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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 제로 시리즈

2006년의 검은 캔은 왜 늦게 팔렸나 — 코카콜라 제로 15년

2006년 4월 「아시아 최초·세계 세 번째」로 나왔다…보틀러는 그해 이미 3년째 적자였다 / 2020년까지 캔·페트로 파는 제로콜라는 한 종뿐…시장 960억(2017년, 유로모니터) / 2021년 펩시 제로슈거 라임 뒤 4년 누적 17억캔…제로콜라 점유율 97 대 3에서 53 대 47로(닐슨, 롯데칠성 인용)

먹보고 에디터· 9분 읽기· 2026년 9월 2일
2006년 국내 첫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의 현행 패키지. 2017년 「원 브랜드」 전략으로 검은 캔은 빨간 바탕에 검은 띠로 돌아왔다. 사진=한국 코카-콜라 제공
2006년 국내 첫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의 현행 패키지. 2017년 「원 브랜드」 전략으로 검은 캔은 빨간 바탕에 검은 띠로 돌아왔다. 사진=한국 코카-콜라 제공

2006년 4월, 빨간 코카콜라 캔 옆에 검은 캔 하나가 놓였다. 한국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제로」를 미국·호주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 내놨다. 「코카콜라가 가지고 있는 상쾌한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설탕과 칼로리를 제로로 줄인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했다(이데일리, 2006년 4월 2일). 붉은 라벨 대신 검은색을 고른 것도 기존 제품과 선을 긋겠다는 뜻이었다. 그 검은 캔이 편의점 냉장고의 절반을 차지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020년 11월까지 캔과 페트로 파는 제로콜라는 한국에서 이 하나뿐이었다(이투데이, 2020년 11월). 경쟁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없어서였다. 이 편은 「실패」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더디게 자랐다. 왜 더뎠는지를 당시의 문장으로 되짚는다.

가장 어려울 때 태어난 캔 — 보틀러의 적자

제로가 나온 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이미 3년째 적자였다. 매출은 2002년 약 6,000억원에서 2005년 4,98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적자는 2003년부터였다. 웰빙 열풍과 콜라 유해성 우려가 원인으로 꼽혔다(식품외식경제, 2007년 2월). 3년 만에 시장의 17%가 빠졌다. 모회사 코카콜라아마틸은 2005년 11월 한국 보틀러 매각을 추진했고, 2007년 10월 LG생활건강이 인수했다. 제로는 콜라가 안 팔리던 시절, 콜라의 「나쁜 것」을 뺀 답으로 나왔다. 적자는 제로 이전의 숫자다. 제로가 적자를 낸 게 아니라 적자가 제로를 불렀다.

「밋밋하다」 — 합성감미료를 싫어한 입맛

왜 안 팔렸나. 이오륜 유로모니터 음료 선임연구원의 회고가 가장 정확하다. 「과거에는 합성감미료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맛이 없다거나 밋밋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구매층도 한정적이어서 저칼로리 및 제로콜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이투데이, 2020년 11월). 초창기 제로 탄산에는 「맛이 없다」 「탄산이 부족하다」 「원제품과 맛 차이가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체 감미료가 설탕과 같은 맛을 내지 못해 생긴 이질감이었다(비즈한국, 2021년 7월).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카콜라 제로를 먹으면 놀림 받던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머니투데이, 2024년 9월). 초기 제품에는 아스파탐이 들어갔고, 2017년 개편에서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으로 바뀌었다. 유로모니터 기준 국내 저칼로리·제로 탄산 시장은 2017년에도 960억원이었다. 2006년부터 2010년대 초까지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1차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놀림 받던 시기」와 「밋밋하다」 — 이 두 갈래 회고로만 복원할 수 있다.

라이트와 제로 사이 — 2000년의 예습

제로 이전에 라이트가 있었다. 한국코카콜라는 1990년 100mL당 10kcal 미만의 「코카콜라 라이트」를 냈고, 소비자조사에서 라이트 제품에 「칼로리가 전혀 없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2000년 무칼로리 라이트가 뒤따랐다(식품음료신문, 2000년 5월). 한국 코카-콜라 브랜드스토리는 다이어트 코크가 「한국을 비롯한 몇몇 해외 국가에서는 코카-콜라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제품이고, 제로는 「오리지널 코-크와 가장 유사한 맛」이 특징이라고 구분한다. 라이트는 「다른 맛의 콜라」였고 제로는 「같은 맛의 콜라」를 목표로 했다. 2017년 「원 브랜드 전략」에 따라 제로 패키지도 레드 기반으로 바뀌고 검은 띠에 「Zero Sugar」가 들어갔다 — 검은 캔이 빨간 캔 옆으로 돌아온 해다.

공백기의 시도들 — 펩시 넥스, 칠성사이다 제로, 나랑드

코카콜라 제로가 내내 혼자였던 것은 아니다. 2009년 롯데칠성·한국펩시콜라의 「펩시 넥스」(레몬향, 흑백 패키지)가 나왔고, 2010년 동아오츠카가 1977년생 나랑드사이다를 제로칼로리로 다시 냈다. 2011년 8월 롯데칠성은 에리스리톨을 쓴 「칠성사이다 제로」를 연말 목표 70억원으로 내놨지만(식품음료신문, 2011년 8월) 2015년 단종됐다. 펩시 제로는 2015년 캔·페트로 나왔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매대에서 사라져 롯데리아 등 매장에서만 팔렸다(이투데이, 2020년 11월). 나랑드사이다만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해마다 약 20%씩 자라 2019년 160억원이 됐다(아시아경제, 2020년 1월). 롯데칠성 관계자의 회고는 이렇다. 「설탕을 완벽하게 대체할 감미료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제품과 맛의 차이가 크면 소비자들이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대체 감미료가 나오고 있어, 최대한 오리지널 제품의 맛과 차이가 없는 제품을 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비즈한국, 2021년 7월).

2010년 제로칼로리로 다시 나온 나랑드사이다. 공백기에 유일하게 자란 제로 탄산이었다.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2010년 제로칼로리로 다시 나온 나랑드사이다. 공백기에 유일하게 자란 제로 탄산이었다.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2021년, 세 가지가 동시에 왔다

첫째는 감미료를 섞는 기술이다. 2011년 에리스리톨만 쓰던 칠성사이다 제로는 2021년 초 재출시판에 액상 알룰로스·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을 섞었다(비즈한국). 하나로 안 되니 셋을 겹쳐 설탕의 단맛 곡선에 붙였다. 둘째는 코로나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 그로 인해 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운동 유튜버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제로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각종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출됐다」며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본 것」이라고 했다(비즈한국, 2021년 7월). 다이어트의 대척점에 있던 탄산을 트레이너가 마시는 장면. 광고가 못 뚫은 문을 노출이 열었다. 셋째는 향으로 감미료를 가리는 국내 기획이다. 2021년 1월 나온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은 롯데칠성과 펩시코리아가 한국 소비자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펩시 제로슈거 라임 같은 제품은 한국 소비자의 입맛과 기호를 고려해 펩시코리아와 협업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인사이트코리아, 2025년 6월).

결과는 숫자로 왔다. 칠성사이다 제로는 100일 만에 3,500만캔(비즈한국), 약 9개월 만에 누적 1억캔(아시아경제 2021년 12월, 250mL 환산·롯데칠성 집계)을 찍었다. 펩시 제로슈거는 2024년 12월 말까지 4년 누적 약 17억캔(롯데칠성 발표, 식품음료신문 2025년 2월) — 국민 한 사람이 33캔씩, 해마다 8캔씩 마신 양이다. 코카콜라도 움직였다. 2022년 3월 18일 「뉴 테이스트」 레시피가 풀렸고, 관계자는 「코카콜라 제로가 한국에 출시된 지 16년가량 됐는데, 내부적으로 제로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게 필요하지 않겠냐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파이낸셜뉴스, 2022년 3월).

2021년 한국 소비자용으로 기획된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 향으로 감미료의 뒷맛을 가렸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2021년 한국 소비자용으로 기획된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 향으로 감미료의 뒷맛을 가렸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2023년 2월 나온 밀키스 제로. 출시 1시간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헤럴드경제).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2023년 2월 나온 밀키스 제로. 출시 1시간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헤럴드경제).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15년 뒤의 채점표

마켓링크 기준 제로 탄산 소매 매출은 2022년 3,683억원(+54.9%), 탄산 안에서 제로의 비중은 2020년 6.6%, 2021년 17.6%, 2022년 24.9%였다(머니투데이, 2024년 9월). GS25에서는 탄산 매출 중 제로 비중이 2022년 32.0%에서 2024년 1~4월 52.3%로 올라섰다. 제로 품목은 2020년 3종에서 61종이 됐다(SBS, 2024년 5월). 제로콜라 안에서는 닐슨 기준 시장이 2022년 2,166억원에서 2025년 2,883억원으로 33% 커지는 동안 점유율이 코카콜라 97%에서 53%, 펩시 3%에서 47%로 갈렸다(롯데칠성이 닐슨을 인용한 수치로, 집계 이해당사자임을 밝힌다). 코카콜라의 자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커진 시장 안에서 자리가 나뉘었다. 한국경제는 코카콜라 제로가 「원래 맛」의 익숙함을, 펩시가 라임향으로 제로 특유의 맛을 가리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고 봤다(2026년 5월).

2006년의 검은 캔은 제품이 틀리지 않았다. 감미료 맛을 받아줄 입맛, 그리고 제로를 마시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문화가 15년 늦게 왔을 뿐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로 닫는다. 「최근 대체감미료 등 기존 제품과 똑같은 맛을 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로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머니투데이, 2024년 9월). 그 확대가 어디까지인지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다시 잰다.

코카-콜라 제로제로. 당류에 이어 카페인까지 뺀 2023년 제품. 사진=한국 코카-콜라 제공
코카-콜라 제로제로. 당류에 이어 카페인까지 뺀 2023년 제품. 사진=한국 코카-콜라 제공
2026년 7월 나온 코카콜라 제로 레몬라임. 향을 얹는 방식은 이제 양쪽이 다 쓴다. 사진=한국코카콜라 제공
2026년 7월 나온 코카콜라 제로 레몬라임. 향을 얹는 방식은 이제 양쪽이 다 쓴다. 사진=한국코카콜라 제공

소비자는 어디서 마음을 바꿨나

2006년부터 2010년대 초까지의 반응은 회고로만 남았다. 반전의 장면이 「운동 유튜버가 제로를 마시는 것」이었다는 동아오츠카의 서술이 소비자 행동 기록에 가장 가깝다. 2022년 제일기획 매거진은 이은희 인하대 교수의 분석을 빌려 MZ세대의 제로 선호를 헬시 플레저와 「#오운완」 인증 문화로 설명했다. 한 지상파 경제 채널의 영상(조회 약 59만)도 「2006년 가장 어려울 때 제로가 등장했다」는 서사를 편다. 15년 동안 바뀐 것은 캔이 아니라 그 캔을 들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였다.

출처 — 출시 보도: 이데일리(2006-04-02, 손희동) · 한국 코카-콜라 브랜드스토리(coca-cola.com/kr). 보틀러 실적: 식품외식경제(2007-02-22) · 한국경제(2005-11-13 매각 추진, 2007-10-24 인수 — 제목 기준, 인수 금액은 미검증이라 적지 않음). 소비자 반응 회고: 이투데이(2020-11-05, 이오륜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 · 비즈한국(2021-07-21) · 머니투데이(2024-09-22). 라이트: 식품음료신문(2000-05-16). 공백기: 식품음료신문(2011-08-26 칠성사이다 제로) · 아시아경제(2020-01-22 나랑드) · 이투데이(2020-11-05 펩시 제로). 2021년 이후: 비즈한국(2021-07-21) · 아시아경제(2021-12-16) · 식품음료신문(2025-02-14 펩시 17억캔) · 인사이트코리아(2025-06-16) · 파이낸셜뉴스(2022-03-27) · 헤럴드경제(2023-02-17 밀키스 제로). 시장 수치: 머니투데이(2024-09-22, 마켓링크) · SBS(2024-05-21, GS25) · 조중동e뉴스·한국경제(2026-05-13, 닐슨·롯데칠성 인용). 제일기획 매거진(2022-10-19). 사진: 한국 코카-콜라 공식 제품 페이지(coca-cola.com/kr/ko/brands/coca-cola/products) · 동아오츠카 보도자료(donga-otsuka.co.kr BOARD13 idx=372, 2022-09) · 롯데칠성음료 제공(뉴스핌 2025-02-14 게재분) · 롯데칠성음료 뉴스룸(detailsKey=1207) · 한국코카콜라 제공(ZDNet 2026-07-30 게재분) — 제조사 제공 이미지, 원본 그대로 사용. 2006년 출시 당시 패키지 사진은 코카-콜라 저니 아카이브에 저해상도(295px)로만 남아 있어 싣지 않았다. 판매량은 제조사 발표 기준이며 출고·소매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

이 글은 먹보고가 수집한 신상 데이터와 공개 자료를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