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 계보
신라면은 매워지지 않았다
시장은 계속 매워졌다. 그런데 국민 라면의 매운맛은 30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 라면이 계속 매워졌다는 말은 대체로 사실이다. 불닭볶음면이 나왔고 마라가 유행했다. 스코빌 지수 1만을 넘는 제품이 편의점에 놓인다.
그런데 그 흐름 한가운데서 신라면은 매워지지 않았다.
30년 동안 2,900
농심이 밝힌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1986년 출시부터 2016년까지 2,900이다. 30년 동안 같은 숫자였다. 2017년에 3,400으로 한 번 올린 게 전부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를 여러 번에 걸쳐 올린 적이 없다.」 「2017년 소비자의 입맛과 트렌드를 고려해 스코빌 지수를 한 차례 조정한 게 전부」라고도 했다.
인터넷의 계단은 어디서 왔나
검색을 하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면의 매운맛이 1,320에서 2,700으로, 다시 3,400으로 올라갔다는 계단이 널리 돌아다닌다.
이 숫자들의 출처를 따라가면 농심이 나오지 않는다. 2012년 5월 팔도 중앙연구소가 경쟁사 제품을 직접 측정해 공개한 자료와, 2014년에 각 사가 제시한 값을 취합한 목록이 있다. 성격이 다른 두 자료가 하나의 시계열처럼 이어 붙었다.
농심은 이 계단을 직접 부인했다. 「현재 신라면이 3천400SHU인 것은 맞지만 옛날 신라면이 1천SHU라는 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같은 제품, 두 배 차이 나는 숫자
2012년 팔도가 측정한 값을 보면 왜 이런 혼선이 생기는지 드러난다. 그 자료에서 틈새라면 빨계떡은 8,557, 팔도 남자라면은 3,019, 오뚜기 열라면은 2,995, 농심 진짜진짜는 2,724였다. 그리고 농심 신라면은 1,320이었다.
같은 시기 농심이 표기한 값은 2,900이다. 한 제품의 매운맛이 재는 쪽에 따라 두 배 넘게 갈린다.
스코빌 지수는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표기한다. 공인된 측정 기관은 없다. 틈새라면조차 매체에 따라 9,413과 9,416으로 나뉜다. 이 숫자는 제품 사이의 순위를 대략 알려줄 뿐, 연도별로 이어 붙여 추세를 그릴 지표는 아니다.
농심의 다른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매운맛은 스코빌 지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마늘, 생강, 후추 등 다양한 재료가 조합돼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기준선이 하한 눈금이 되었다
그 사이 시장은 실제로 매워졌다. 2012년에 나온 불닭볶음면은 4,404, 1996년에 나와 2012년에 리뉴얼한 오뚜기 열라면은 5,013으로 표기된다. 2023년 신라면 더레드는 7,500이다.
변화는 숫자보다 쓰임에서 더 잘 드러난다. 한 소비자 조사는 극강의 매운맛 라면을 물으면서 대상을 「스코빌 지수 3,400SHU를 초과하는 브랜드 라면」으로 한정했다. 신라면이 그 명단에 없는 이유는 안 매워서가 아니라 신라면이 곧 커트라인이기 때문이다.
배달 앱의 마라탕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가장 순한 단계를 설명할 때 「신라면 정도」라고 적는다. 1986년에 가장 매운 축이었던 라면이 지금은 매움의 최저 눈금으로 쓰인다. 기준선은 그대로인데 자가 늘어났다.
더레드가 7,500인 이유
농심이 매운맛 경쟁에서 물러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3년에 신라면 더레드를 냈다. 다만 그 숫자를 정한 방식이 흥미롭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6000SHU부터 최대 1만SHU까지 범위를 설정하고」 시험한 뒤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코빌 지수가 7500SHU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기준은 매운 정도가 아니라 감칠맛과 어울리느냐였다.
같은 해 농심은 스코빌 지수 0인 순하군 안성탕면도 내놨다. 위로 7,500까지 올리면서 아래로는 0까지 내렸다. 맵기가 아니라 맛의 폭을 늘렸다.
기준선을 지킨 성적표
신라면은 2026년에 40주년을 맞았다. 누적 매출 20조 원, 누적 판매량 425억 개, 해외 매출 비중 40%다.
40년 동안 시장의 매운맛은 여러 번 뒤집혔다. 그 사이 이 제품은 자기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기준선은 원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선을 기준으로 다른 것들을 재기 때문이다.
출처 — 신라면 스코빌 이력과 농심 관계자 발언: 뉴스톱(2025-08-08). 계단설에 대한 농심 반박과 매운맛 설명: SBS(2025-05-08). 2012년 실측 자료: 식품저널(2012-05-03, 팔도 중앙연구소). 소비자 조사 대상 기준: 뉴스필드(2026-01-21). 더레드 개발 근거: 농심 보도자료. 40주년 실적: 헤럴드경제(2026-05-13). 스코빌 지수는 모두 제조사 자율 표기값이며 공인 측정 결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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