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 단백질 시리즈
단백질은 헬스장을 나왔다 — 바나나우유를 밀어낸 8년
GS25 상반기 매출에서 단백질 음료가 바나나우유를 3.7% 앞질렀다…2020년 3종이던 품목이 2026년 50여 종 / RTD 단백질 음료 시장은 5년 새 64억에서 1,245억 원, 세계 17위에서 5위로…연평균 81% 성장 / 30대의 51.1%는 운동이 아니라 다이어트·식사대용으로 마신다…헬스장 보충제가 출근길 아침이 되기까지 8년

편의점 음료 냉장고에는 오래 바뀌지 않는 서열이 있었다. 그 맨 앞자리가 바나나우유다. 그런데 GS25의 2026년 상반기 집계에서 단백질 음료 매출이 바나나우유 카테고리를 3.7% 앞질렀다. 이 편의점에서 두 카테고리의 순위가 뒤집힌 것은 처음이다. 2020년 세 종류뿐이던 단백질 음료가 지금 50여 종으로 늘어 냉장고 한 칸을 통째로 차지한다. 이 음료들의 원적지는 헬스장이다. 셰이커에 물을 붓고 가루를 털어 넣던 음료가 어떻게 편의점 냉장고의 맨 앞줄까지 왔는지, 그 8년을 따라간다.
바나나우유가 밀린 여름
GS25의 상반기 단백질 음료 매출은 1년 전보다 26.8% 늘었다. 같은 기간 초코우유보다 44.6%, 딸기우유보다 158% 많이 팔렸다. 취급 품목도 해마다 늘었다. 2020년 3종, 2021년 9종, 2022년 21종, 2024년 38종, 2025년 43종, 2026년 50여 종. 6년 사이 매출은 15배가 됐다.
한 편의점만의 일이 아니다. 2024년 새해 첫 열흘 동안 단백질 음료 매출은 직전 열흘보다 CU에서 17.1%, GS25에서 16.1%, 세븐일레븐에서 20%, 이마트24에서 17% 늘었다. 연초마다 매출이 뛴다는 것은, 다이어트와 운동을 다짐하는 새해 수요가 편의점 매대에서 그대로 잡힌다는 얘기다. 그때 CU의 판매 1위는 자체 상품인 짱구 액션가면 프로틴 초코였고, GS25와 세븐일레븐의 1위는 셀렉스 프로핏 웨이프로틴 초코였다. 빵 매대에도 번졌다. GS25는 2025년 단백질 빵 매출이 6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집계는 두 갈래, 방향은 하나
이 시장 집계는 기관마다 범위가 다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바로 마시는 RTD 단백질 음료만 센다. 이 기준으로 2020년 64억 원이던 국내 시장이 2025년 1,245억 원이 됐다. 5년 새 약 19배, 연평균 81% 성장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세계 1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다음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계열 집계는 음료만이 아니라 단백질 식품 전체를 아우른다. 이 기준으로는 2018년 813억 원, 2021년 3,364억 원, 2023년 약 4,500억 원(추산)이다. 기준은 다르지만 성장세는 같은 말을 한다 — 5년 남짓한 사이에 자릿수가 바뀌었다.
원적지는 헬스장
출발점에 2019년 4월의 닥터유 단백질바가 있다. 오리온이 2008년 서울대 유태우 박사 팀과 1년간 공동연구로 시작한 브랜드가 닥터유다. 단백질바는 거기서 나왔다. 출시 10주 만에 200만 개, 1년에 1,300만 개, 18개월에 2,000만 개가 팔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시 인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계란 2개 분량에 달하는 단백질 12g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헬스, 홈트레이닝족 등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간식. 이때만 해도 단백질은 그런 물건이었다. 아령 든 손을 그린 패키지가 어색하지 않던 시절이다.
절박한 쪽은 공급자였다
수요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공급이었다. 그 공급을 움직인 것은 절박함이었다. 저출산으로 분유와 우유가 팔리지 않게 됐다. 유업 회사들에게 단백질은 남은 설비와 기술로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이었다.
매일유업이 2018년 10월 15일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냈다. 출시 근거로 내세운 것은 「60세 이상 2명 중 1명 이상이 권장량 이하로 단백질을 섭취한다」는 통계였다. 같은 해 근감소증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도 세웠다. 셀렉스는 출시 1년여 만에 300억 원어치가 팔렸다. 2025년 5월에는 누적 매출 5,000억 원을 넘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 브랜드의 방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운동을 격하게 하지 않는 보통의 성인들도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분유 회사 일동후디스는 2020년 산양유 단백 분말 하이뮨으로 따라 들어왔다. 첫해 300억, 이듬해 1,050억, 2022년 1,650억 — 회사 전체 매출의 55%가 이 브랜드에서 나왔다. 한소려 일동후디스 마케팅부문장이 밝힌 경위는 이렇다. 「중·장년층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잡고, 전문 분야인 분유 제조 기술을 100% 발휘해 산양유 기반 단백질을 분유통에 담아 홈쇼핑에 낸 게 시장에 통했다.」
시점도 맞아떨어졌다. 근감소증이 미국에서 2016년, 일본에서 2018년 질병으로 등재된 데 이어 한국도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에서 질병으로 올렸다. 「노인 3명 중 2명이 단백질 권장 섭취량 미달」 같은 기사가 일반지에 실리기 시작한 것도 2021년 여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분석으로 65세 이상의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남성 60g·여성 50g인데, 남성의 27.4%, 여성의 44.7%가 이에 못 미친다. 헬스장 바깥에 더 큰 결핍이 있었다.
캡을 열고 바로 마신다
가루는 물에 타야 하고, 셰이커는 씻어야 한다. 이 번거로움을 없앤 형태가 시장을 다시 한 번 키웠다. 빙그레가 2021년 5월 내놓은 더단백은 250ml 한 팩에 우유단백질 20g을 넣으면서 당류를 1g 미만으로 눌렀다. 내세운 것은 「쓰고 비린 맛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출시 10개월 만인 2022년 3월 누적 1,000만 개가 팔렸다.

2023년이 되자 업계 기사 제목이 「대세는 마시는 단백질」로 바뀐다. 파우더로 시작한 남양유업 테이크핏도 액상으로 무게를 옮겨 7개 라인 18개 제품이 됐다. 편의점의 냉장 물류망이 이 형태 전환의 배후다. 차갑게 보관해야 하는 음료를 전국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채널이 이미 깔려 있었다.
먹보고 도감에서 형태의 양끝을 짚어 보면 이렇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액상은 100ml당 단백질 10g — 200ml 한 팩이면 20g이다. 반대쪽 끝에는 빙그레 더단백 워터 프로틴이 있다. 100ml당 단백질 4.8g에 당류 0g, 열량은 19kcal. 250ml 한 병을 물처럼 비우면 12g이 들어온다. 식사에 얹는 진한 한 팩부터 목마를 때 비우는 맑은 한 병까지, 단백질 음료의 폭은 그만큼 넓어졌다.
간식 매대를 건너갔다
음료 다음은 과자였다. 오리온이 2022년 6월 성인 영양 설계 브랜드 닥터유PRO를 냈다. 이 브랜드 연매출은 2023년 68억에서 2024년 118억, 2025년 155억 원으로 늘었다. 단백질 40g을 넣은 드링크는 출시 약 2년 만에 1,000만 병이 팔렸다. 회사 쪽은 「출근길 아침 식사 대용이나 공복감을 달래는 실용적인 간식으로 안착했다」고 설명한다. 롯데웰푸드는 2024년 1월 이지프로틴을 단백질바 3종으로 시작해 3개월 만에 300만 개를 팔았고 스낵과 아이스크림으로 제형을 넓혔다. 서울우유는 고단백 저지방 우유를 1년 만에 4,600만 개 팔았다. 단백질 제품군 누적 매출은 2024년 초 1,000억 원을 넘었다.

먹보고 도감에는 이름에 「단백질」이나 「프로틴」이 붙은 제품이 63종 실려 있다. 음료가 26종으로 가장 많지만 과자·빵·떡이 24종으로 바짝 붙어 있다. 재미있는 건 영양성분표 쪽이다. 닥터유 단백질바는 100g당 단백질 25.0g에 열량 506kcal다. 같은 100g의 해태 자유시간은 478kcal — 단백질바 쪽이 오히려 높다. 대신 당류가 20.0g 대 52.78g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단백질바는 열량을 뺀 과자가 아니라 당을 단백질로 바꾼 과자다.
운동은 2위가 됐다
그럼 지금 이 음료는 누가 마시나. 오픈서베이의 2022년 조사(20~69세)에서 단백질 제품을 먹는 이유로 「다이어트·간편대용식」을 꼽은 응답이 전체의 36.3%였는데, 30대에서는 이 답이 51.1%로 「운동 후 보충」(39.1%)을 앞질렀다. 20대의 섭취 경험률은 85.1%에 달했고 구매 기준으로는 맛과 향(58.2%)이 단백질 함량(54.5%)보다 위였다.
반대쪽 세대는 다른 이유로 같은 매대에 선다. 50세 이상을 조사한 2021년 자료에서 응답자의 59%가 단백질 제품을 먹어 봤고 구매 의향이 있는 이들이 꼽은 이유로는 근육 손실 예방(54.0%)과 식사 대용(42.9%)이 컸다. 2030은 아침을 거르는 대신 마시고, 5060은 고기 반찬을 대신해 마신다. 자녀가 부모에게 보내는 선물 상자에도 들어갔다. 셀렉스는 음료와 프로틴바를 묶은 선물세트를 일찌감치 구성했다. 125mL 한 팩의 단백질 8g이 같은 용량 우유의 두 배라는 점을 내세웠다.

맛도 달라졌다. 유튜브에서는 단백질 쉐이크 13종을 마셔 보고 순위를 매기는 영상이 85만 회 넘게 재생된다. 밤 티라미수, 초코 브라우니, 바나나 브륄레 — 신제품 이름들은 디저트 메뉴판에 가깝다. 「아무리 단백질을 챙길 수 있어도 특유의 텁텁한 맛 때문에 손이 가지 않으면 쟁여둔 소용이 없죠」라고 코스모폴리탄 코리아는 썼다. 근육을 보고 사던 물건을 이제는 맛을 보고 고른다.
다음 국면 — 밥상으로
일본에는 선례가 있다. 메이지의 단백질 브랜드 TANPACT는 음료에서 출발해 요구르트, 치즈, 과자, 아이스크림, 그라탕과 스프까지 번졌다. 음료와 간식 다음은 밥상이라는 얘기다. 한국에서도 신호가 있다. 매일유업이 2026년 내놓은 퓨어틴은 분말을 타지 않고 국산 우유를 3배 농축해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았다 — 회사가 밝힌 겨냥은 운동 수요가 아닌 「일상 음용」 수요다.
시장 전망치는 밝은 쪽으로 몰려 있다. aT와 업계는 단백질 식품 시장이 2026년 약 8,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백질 함량뿐 아니라 맛과 가격 경쟁력, 저당 설계, 섭취 편의성을 얼마나 균형 있게 구현하느냐가 시장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함량의 숫자 경쟁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출처 — GS25 바나나우유 추월·품목 수·매출 15배: 브릿지경제(2026-07-05), 한국경제(2026-08-31). 2024년 새해 편의점 4사 열흘 비교: 이투데이(2024-01-14). 단백질 빵 6배: 지디넷코리아(2025-05-20). RTD 시장 64억→1,245억·세계 5위: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집계를 인용한 시대일보(2026-08-03)·서울경제(2026-03-31)·더퍼블릭(2026-06-04) 보도. aT 계열 단백질 식품 시장 추이: 중소기업신문(2024-09-25)·한경머니(2023-02). 닥터유 단백질바 실적·관계자 발언: 식품음료신문(2019~2020)·식품외식경제. 셀렉스 출시·실적·발언: 뉴데일리(2018-10-15)·시사위크(2020-07-20)·아시아경제(2025-05-22). 하이뮨 실적·한소려 부문장 발언: 이코노미조선(2023-03-13)·푸드투데이(2025-09-16). 더단백 출시·판매: 식품저널(2021)·빙그레 보도자료(2022-03). 테이크핏: 비즈니스코리아. 닥터유PRO·이지프로틴·서울우유: 시대일보(2026-08-03)·뉴스1·아시아경제(2024-04-17)·중소기업신문(2024-09-25)·한국면세뉴스(2025-02). 근감소증 등재 연표: 고려대의료원 기관지. 단백질 섭취 실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3)을 인용한 의사신문(2026-01-06)·세계일보(2021-07-21). 소비자 조사: 오픈서베이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 2022, 임팩트피플스(2021-06). 디저트화·인용: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일본 TANPACT: aT 농식품수출정보 KATI(2021-08-06). 퓨어틴·전망·업계 발언: EBN(2026-07)·브릿지경제(2026-07-05). 하이뮨 액상·더단백 워터·단백질바 대조 등 영양성분: 먹보고 도감 실측(2026-09-06, 식약처 신고값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