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 제로 시리즈
제로는 정말 제로인가 — 「0」 뒤에 숨은 네 가지 뜻
법이 정한 「0kcal」는 100mL당 4kcal 미만, 「당류 0g」은 0.5g 미만…숨긴 게 아니라 기준이 그렇다 / 소비자원 시험에서 제로 음료 20종은 일반보다 당류 99%·열량 98% 낮았다…과자와 소주는 다른 이야기 / 열 명 중 여덟은 「0.0」과 「0.00」을 구분 못 한다…2026년 1월부터 라벨에 「감미료 함유, ○kcal」

편의점 음료 냉장고 문을 열면 손이 먼저 가는 높이에 검은 띠를 두른 캔이 줄지어 있다. 코카콜라 제로, 펩시 제로슈거 라임, 칠성사이다 제로. CU가 올여름 낸 집계로는 이 냉장고에서 나가는 탄산 두 캔 중 한 캔(54.5%)이 제로다(BGF리테일, 2026년 7월). 캔을 돌려 영양성분표를 보면 열량 0kcal, 당류 0g. 그런데 그 「0」은 산수의 0이 아니라 법이 정한 0이다. 식약처 표시기준은 100mL에 4kcal가 안 되면 0이라 적어도 된다고 정해 놓았다. 500mL 한 병이면 20kcal 미만까지 「0」 안에 들어간다. 이 편은 그 소수점을 자로 잰다. 재다 보면 「제로」라는 한 단어가 같은 매대에서 네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게 드러난다.
「무」의 법적 정의 — 100mL당 4kcal, 100g당 0.5g
식약처 「식품등의 표시기준」 세부기준은 이렇다. 당류 「무」는 식품 100g 또는 100mL당 0.5g 미만, 열량 「무」는 100mL당 4kcal 미만일 때 쓸 수 있다(식약처 「한눈에 보는 영양표시 가이드라인」, 2024년 12월 개정). 제품명에 「제로칼로리(0kcal)」를 붙이려면 이 열량 「무」 기준을 맞춰야 한다. 영양성분표의 당류도 0.5g 미만이면 「0」으로 적는다. 열량을 매기는 규칙도 따로 있다. 알룰로오스와 에리스리톨은 1g당 0kcal, 당알코올은 2.4kcal, 타가토스는 1.5kcal로 친다. 「0」은 눈속임이 아니다. 기준이 그렇게 정해져 있을 뿐이고, 그 기준을 아는 사람이 적다는 데서 이 편은 출발한다.
자로 재면 이렇다. 「당류 0g」 뒤에는 100mL당 최대 0.49g이 숨어 있을 수 있다. 500mL 페트 한 병이면 2.45g 미만 — 각설탕 한 개(약 4g)보다 적다. 「0kcal」 뒤에는 100mL당 4kcal 미만, 500mL 한 병에 20kcal 미만. 걷기 5분이면 없어지는 양이다.
뺀 것은 진짜 뺐다 — 소비자원 30개 제품 시험
한국소비자원은 「제로」 표시 음료·소주·맥주 30개를 시험했다. 제로슈거·제로칼로리 음료 20개는 같은 브랜드 일반 음료보다 100mL당 열량이 평균 39.83kcal(98.14%), 당류가 9.89g(99.36%) 낮았다(한국소비자원, 2024년 5월). 라벨의 「0」이 산수의 0은 아니어도 빠진 양은 사실상 전부다. 일반 음료 100mL에 당류 약 10g이 들어 있는데 제로는 그중 9.89g을 뺐다. 여기까지는 「제로」가 이름값을 한다.

그런데 과자는 못 깎는다 — 도감 269종 짝 대조
먹보고 도감에 든 제품 4,467종 가운데 이름이나 표기에 「제로」가 붙은 것은 269종, 6.0%다. 음료가 194종으로 가장 많고(음료 전체의 11.6%), 과자 37종, 유가공 17종, 간편식 10종, 빙과 5종, 면 2종이다. 당류 표기가 있는 것만 세면 정확히 0이 117종, 0.5g 이하가 26종이다. 대부분 「무」 기준 안에 있다. 탈은 열량 쪽에서 난다.
같은 회사의 제로 제품과 일반 제품을 100g 기준으로 나란히 놓았다. 롯데웰푸드 제로 초코파이는 당류 0g에 393kcal, 같은 회사 초코파이는 당류 33.5g에 436kcal다. 당류 33.5g을 통째로 뺐는데 열량은 10%만 줄었다. 웅진 아침햇살 제로슈가는 25kcal로 일반 아침햇살(61kcal)의 41%, 빙그레 더위사냥 제로 디카페인은 54kcal로 일반(89kcal)의 61%, 오리온 마이구미 포도 ZERO%는 230kcal로 일반 마이구미(336kcal)의 68%다. 음료는 열량이 거의 전부 당에서 오니 당을 빼면 열량이 따라 빠진다. 과자는 다르다. 과자의 열량은 지방과 전분에서 오고, 설탕 자리에 들어가는 말티톨 같은 당알코올도 1g당 2.4kcal를 낸다. 그래서 「제로」는 카테고리마다 다른 뜻이 된다 — 음료에서는 「열량도 제로」, 과자에서는 「당류만 제로」.
소주도 과자 쪽이다. 소비자원 같은 시험에서 제로슈거 소주 5종은 당류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일반 소주도 100mL당 평균 0.12g으로 원래 「제로슈거」를 붙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열량 차이는 100mL당 2.60~14.70kcal(2.85~13.87%)에 그쳤다. 소비자원은 「알코올 도수에 따라 열량이 차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당류 차이가 소주의 열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적었다. 소주의 열량은 당이 아니라 알코올이다. 그런데도 응답자 2,000명 중 68.6%(1,371명)는 제로슈거 소주의 열량이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표시가 틀린 게 아니다. 「제로」라는 단어가 소비자의 상상보다 좁았을 뿐이다.
「제로」가 가리키는 것이 다르다 — 유당 제로
세 번째 뜻은 유가공 매대에 있다. 남양유업은 2024년 11월 「불가리스 제로」를 냈다. 뺀 것은 칼로리도 당류도 아닌 유당, 이름 그대로 「유당 제로」다. 80g 컵 기준 70kcal, 당류 10.5g — 100g으로 환산하면 13.1g이다(비즈워치, 2024년 12월). 이커머스에는 「당 제로인 줄 알고 샀다」는 오인 구매 후기가 여럿 달렸다고 같은 기사는 전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오인을 방지하기 위해 패키지 자체에 유당제로·유당 0% 등의 표기를 반영했다」고 했고, 앞서 락토프리 우유 「슈퍼제로」에도 「지방과 유당이 슈퍼제로」라는 문구를 넣어 어떤 성분의 제로인지를 못박았다고 덧붙였다. 제조사는 무엇의 제로인지 적었다. 읽는 쪽이 「제로」만 보고 나머지를 채웠다.
「무가당」도 「무당」이 아니다. 식약처 안내서는 설탕무첨가·무가당 표시에 다섯 조건을 걸지만 과일이나 우유에서 온 당은 남을 수 있다고 본다. 「저당」은 100g당 5g 미만, 「무당」은 0.5g 미만, 「무가당」은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 — 셋은 서로 다른 말이다. 네 번째 뜻은 주류 매대에 있다. 「0.0」과 「0.00」. 알코올 1% 미만이 남은 비알코올과 알코올이 처음부터 없는 무알코올이다.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0%(1,660명)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감미료의 자리 — 아스파탐 소동과 옮겨간 무게추
제로의 단맛은 감미료가 낸다. 2023년 7월 14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군)」에 넣었다. 같은 날 WHO·FA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일일섭취허용량(ADI) 체중 1kg당 40mg을 그대로 두었다. 사람·동물·기전 증거가 모두 「제한적」이라는 이유였다. 식약처는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2019년 조사 기준 국민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의 0.12%, 가장 많이 먹는 사람도 3.31%였다. 허용량을 100이라 치면 평균은 0.12다.
제조사들의 답도 갈리지 않았다. 한국코카콜라는 2017년 제품 개편 때 아스파탐을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로 바꾼 것을 「안전성 이슈가 아닌 맛 개선 프로젝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스파탐은 FDA와 국내 식약처 등 전세계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인공감미료」라며 1일 권장 섭취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소량 쓴다고 했다(뉴시스, 2023년 7월). 그래도 무게추는 움직였다. 2024년 1~9월 수입량은 수크랄로스 254t, 아스파탐 135t으로 전년 같은 기간(210t·115t)보다 수크랄로스 쪽이 더 늘었다(뉴시스, 2024년 9월). 제로용 감미료 전체 생산·수입량은 2020년 3,364t에서 2024년 1만3,276t으로 약 4배가 됐고, 국민 섭취량은 허용량의 0.5~12.7% 수준이다(식약처, 2026년 2월). 제로 음료에서 쓴맛이나 뒷맛이 도는 이유는 둘이다. 감미료 분자가 단맛 수용체와 쓴맛 수용체를 함께 건드리고, 설탕이 빠진 자리에 바디감이 없어 뒷맛이 두드러진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의 약 600배, 아세설팜칼륨은 약 200배 단맛을 낸다.

2026년 1월 1일, 라벨이 바뀌었다
식약처 고시 제2024-41호(2024년 7월 24일)는 당류 대신 감미료를 써서 「제로슈거·무당·무가당」을 강조하면 「감미료 함유」와 열량을 강조표시 곁에 함께 적도록 했다.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 지금 적용 중이다. 안내서의 예시는 「제로슈거(감미료 함유, 000kcal)」 또는 「제로슈거(감미료 함유, 열량을 낮춘 제품이 아님)」. 글자 크기는 14포인트 이상, 강조표시가 그보다 작으면 같은 크기다. 명칭과 용도를 함께 적어야 하는 감미료도 5종에서 22종으로 늘었다. 두 번째 예시 문구가 정확히 위의 제로 초코파이 자리다. 규정을 어긴 제품이 아니다. 규정이 「제로인데 열량은 그대로」인 경우를 미리 내다봤다.
배경에는 2024년 국정감사가 있다. 최보윤 의원은 말티톨(혈당지수 35~52, 설탕 68의 약 70%)을 쓴 제품이 「설탕 제로」로 광고된다고 지적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7월 초 식품 표시 기준을 개정했다」고 답했다(식품음료신문, 2024년 10월). 올해 2월 13일에는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감미료 6종의 사용기준을 식품 종류별로 구체화하는 행정예고가 나왔다(의견수렴 4월 14일까지). 수크랄로스의 과자류 상한을 1.8g/kg에서 1.6g/kg으로 내리고 에리스리톨의 음료 상한을 새로 두는 내용인데, 식약처는 이를 「위험 인정」이 아니라 「식품 종류별 구체화」로 설명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예고 단계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더 작은 글씨가 아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2024년 12월, 1,000명)에서 「제로」 표기 기준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33%였고, 「완전히 0일 때만 표기할 수 있다」고 잘못 아는 사람이 37%로 더 많았다. 2026년부터 붙는 「감미료 함유+열량」 표기에는 76%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표기가 적용되면 제로 제품을 추천할 의향이 39%에서 49%로 올랐다. 정보를 더 주면 신뢰가 올라간다. 소비자원은 조사를 이렇게 맺었다. 「제로 식품 내 성분에 대한 오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매 시 제로 상품 라벨 뒷면의 영양 정보 등을 살펴봐야 한다.」
먹보고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이 편에 쓴 짝 대조는 전부 라벨 뒷면의 숫자를 100g 기준으로 옮겨 적었다. 「제로」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다만 한 단어가 열량·당류·유당·알코올 네 가지 뜻을 한꺼번에 지고 있었고, 그 무게를 앞면 대신 뒷면이 감당하고 있었을 뿐이다.

댓글이 먼저 정리했다
소비자 반응은 공포보다 용량 감각 쪽으로 모이고 있다. 「제로슈거, 정말 먹어도 될까」를 다룬 교육방송 영상(조회 171만)의 최다 추천 댓글은 「설탕보다 낫지만 과하면 문제, 적정량이 핵심」 계열이었다. 방송 자막뉴스 댓글에서도 「허용량 이내면 문제없다」는 톤이 주류를 이뤘고, 감미료를 뺀 제품으로 불안을 이용하는 마케팅은 자제하라는 요구가 함께 나왔다. 오인 구매 후기의 축은 하나로 모인다 — 「제로가 무엇의 제로인지」. 유당·당·칼로리·알코올이 섞여 있고, 소비자원의 57.2%·83.0%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과 같다.
출처 — 표시기준·열량 산출 규칙: 식약처 「한눈에 보는 영양표시 가이드라인」(안내서-0997-04, 2024-12-20 개정) · 식약처 고시 제2024-41호(2024-07-24, 2026-01-01 시행) · ZDNet(2024-07-24, 감미료 22종 확대). 소비자원 시험·설문: 한국소비자원 「제로 식품 당류·열량 조사」(아시아경제 2024-05-01·식품저널 2024-05-02 보도). 도감 짝 대조: 먹보고 도감 2026-09-01 실측(100g 기준, 제조사 표시 영양성분). 불가리스 제로: 비즈워치(2024-12-23) · 남양유업 보도자료. 아스파탐: WHO 보도자료(2023-07-14) · 식약처(식품저널 2023-07-14) · 뉴시스(2023-07-03, 2024-09-25). 감미료 물량·행정예고: 식약처 행정예고(농민신문 2026-02-13). 국감: 식품음료신문(2024-10-10).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2024-12, n=1,000). CU 비중: BGF리테일 뉴스룸(2026-07). 사진: BGF리테일 보도자료(bgfretail.com/press/view/?id=1896 · bgf.co.kr/bgflive/view/?id=1985) · 롯데칠성음료 뉴스룸(company.lottechilsung.co.kr detailsKey=1344·1601) — 제조사·유통사 제공 보도자료 이미지, 원본 그대로 사용. 수치는 100g·100mL 기준이며 총량이 다른 제품 간 비교는 농도 비교임.